임플란트 미루다간 돈도 건강도 잃어…'치료시기'가 중요 2022.10.26 14:17

지난달,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임모(36)씨는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고 임플란트 수술을 해드리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부모님은 묵묵부답이다. "돈도 많이 들고, 아픈데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는 부모님의 말에 임씨는 치료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임플란트는 노년기 건강의 '버팀목'이다. 고른 영양 섭취와 어려 보이는 외모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튼튼한 치아가 필수다. 하지만 실상은 참담하다. 우리나라 19~39세의 20개 이상 자연치아 보유율은 99.7%지만, 65세 이상은 50.1%로 절반에 불과하다(대한치과의사협회지, 2020). 

이종빈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아가 없으면 단순히 음식섭취가 불편하거나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상실된 치아 수가 많고, 상실 기간이 길수록 영양 불균형을 비롯해 심혈관계 질환, 당뇨, 류머티스성 관절염, 골다공증, 그리고, 인지장애와 치매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가 많다”고 말했다. 

상실된 치아를 대체하는 최선의 방법은 임플란트 수술이다. 잇몸뼈에 인공 기둥을 식립하고 이 위에 인공 치아를 얹어 새로운 치아를 만들어주는 치료법이다. 틀니보다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이 비싸지만, 저작능력이 자연치아의 80%까지 회복되고 심미적으로도 뛰어나 틀니보다 선호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일단 수술 후 회복하면 추가적인 통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단, 임플란트 치료 성공률과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창규 세이프플란트치과 대표원장은 "치아가 빠진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잇몸뼈가 흡수돼 임플란트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현재 만 65세 이상은 임플란트 수술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부위를 불문하고 평생 2개까지 본인 부담금 30%만 내면 되지만, 치아가 하나도 없는 무(無)치악 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그 뿐만 아니다. 치아가 상실된 채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음식을 씹을 때 주변 치아에 부담이 쏠려 건강한 치아까지 쓰러지거나, 부러지고 부정교합이 나타날 수가 있다. 입 주위의 근육이 수축, 변형되면서 얼굴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이종빈 교수는 "치아가 빠졌을 경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수술 전 정밀 검사와 임플란트 소재, 술기의 발전으로 고령층 임플란트 수술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임플란트 치료의 주요 대상인 고령층은 애초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감염이나 출혈 위험이 큰 만큼 사전에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전신 상태와 복용하는 약물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구강 상태나 잇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비용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구강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애초 잇몸이 약한 경우는 임플란트 수술 후에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도 크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잇몸뼈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 임플란트 주위염이다. 자칫 잇몸뼈가 녹아내려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따라서 부작용 위험이 큰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은 적절한 구강 위생 습관을 들이는 한편 임플란트 선택 시 소재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스웨덴 사회보험청이 2765명(임플란트 1만1311개)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 후 임플란트 효용성 평가’에 따르면 실제로 스트라우만 등 임플란트 브랜드에 따라 임플란트 주위염 발병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골융합 정도나 치유 속도 등은 임플란트 표면처리 방법에 좌우되는 만큼 사전에 한 번쯤 임상 결과 등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창규 원장은 "임플란트 수술이 대중화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라며 "임플란트 치료는 환자 구강, 잇몸 상태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만큼 사전에 정밀 검사가 이뤄지는 지, 의료진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지 등을 꼼꼼히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jrpark@mkhealth.co.kr